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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ul·작품 31
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13화

객실 바깥의 소란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잠을 잔 건지도 모르겠다. 객실에 창문은 없어서 햇빛은 보지 못했지만, 아래층이 시끌벅적한 걸 보니 아침 식사 시간인 모양이다. 벽에 몸을 기대고서 생각을 가다듬고 있었더니 마법사가 훈제 소시지와 포도주 두 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아, 네. 식사 고맙습니다." "잘 못 주무신 것 같네요." "잠을 좀 설쳐서요…. 괜찮습니다. 철야가 한두 번은 아니니까요." "경비대원도 꽤나 고생인가 보죠." "사건 없는 날이 없으니까요."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사건 없는 날은 있어도 일 없는 날은 없다. 사건이 터지면 일이 밀리니까···. "생각은 좀 정리되셨나요?" "아마도요." "말씀해주시겠어요?" "그 흡혈귀는 백작을 죽이고 싶지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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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12화

"고장이라고까지 말하진 않겠지만, 지금은 쓸 수 없다고 하니 힘을 잃은 거겠죠. 성물은 성스러운 불의 힘을 담는 그릇에 불과하니까요." "그게 무슨…." "그리 놀랄 일인가요?" 그야 놀랄 수밖에 없다. 성 나달라는 우리 도시의 수호성인이고, 성 나달라 대성당은 그저 우리 도시에 나달라의 십자검이 모셔져 있기 때문에 지어진 것이다. 심지어는 시참사회의 선서조차도 성서와 십자검에 맹세하는데 그 십자검이 고장 난다고? 그래도 이제 와서 마법사의 설명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오늘 믿기 힘든 일이 어디 한두 번 일어났을까.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하기야, 성서라고 해도 양피지나 종이로 만드는 것인데 닳고 헤지고 찢어지기도 하지 않던가. 형태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라도 달라질 건 없다. 성서에 담긴 말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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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11화

"그 흡혈귀를 제법 두둔하시는군요." 무언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던 마법사가 나를 바라보더니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두 발로 서 있었더라면 망치에 비껴 맞은 못처럼 튀어 올랐겠다고 확신했다. 내 목에서 망치에 엄지를 찧은 듯한 비명이 튀어나왔으니까. "예? 두둔한다고요?" 흡혈귀를 두둔한다니, 그 말은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너를 위해 화형대를 한 자리 더 마련했단다'가 될 수도 있다. 나는 괜히 입을 틀어막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바람도 솔솔 새고 소리도 솔솔 샐 듯한 방이다. 내 반응이 하도 격렬했는지 마법사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아니요. 사소한 것 하나라도 무시해선 안 되는 상황이니까요.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는 한 검토해 마땅하죠. 저는 그냥, 직접 목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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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10화

"예, 하지만 흡혈귀는 악마인가요?" "흡혈귀가 악마냐고 묻는다면 성직자라면 악마라고 답하겠지만, 저는··· 악마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괴물이라고 답해드릴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악마를 본 적은 없다. "흡혈귀에 대해서는 대주교님도 알고 계신가요?" "수사관님께 설명하기 전에 같은 내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지만요. 교단의 사제들은 여러 괴물을 악마라고 설명하고, 또 그렇게 믿곤 합니다만… 아, 흡혈귀가 형체가 없어서 악마라고 생각하신 거군요." "아, 아뇨. 흡혈귀가 형체가 없는 건 궁금해진 후에나 알았습니다. 흡혈귀가 악마가 아닐까 싶었던 건, 악마는 눈물을 흘릴 것 같지가 않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악마가 눈물을 흘릴까? 악마에 존재가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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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9화

"그 흡혈귀가 눈물을 흘렸다고요…." 마법사는 어지간히 믿기 힘들어하는 얼굴이다. 그보다도 더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제 착각이었을 수도 있지요. 너무 당황하기도 했고, 매료는 흡혈귀의 능력이라고 하셨으니까요." "그거라면 어렵지 않게 검증할 수 있습니다. 마침 제가 머무는 여관까지는 거리가 좀 있으니… 자, 흡혈귀에 대해 묘사해보시겠어요?" "그림으로요?" 내 말에 마법사는 어쩐지 내 얼굴을 살폈다. "…그릴 줄 아시나요?" "아, 네. 다소는. 아이들이 좋아해서요." "…아까 제가 종이를 하나 두고 가지 않았나요?" "챙겼습니다." "아, 네…. 그냥 구두로 묘사해주세요." "말로 말이죠. 그렇네요···," 그 광경을 떠올리는 건 썩 달갑지 않았지만, 마법사의 말이라면 따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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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8화

"말리지 않으셨어도 괜찮았습니다." "네?" "종탑에 들어갔을 때, 굳이 말리지 않으셨어도 내려치지 않았을 겁니다." "아…." 자신을 그렇게 분별없는 사람으로 보냐는 질책일 것이다. 나는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죽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어디 한 군데 부러진 채로는 취조하기 좀 그러니까 말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마법사는 가볍게 웃었다. 이번엔 눈도 웃고 있었다. "저도 굳이 화내지 않아도 됐던 일에 화를 냈으니, 쌤쌤이네요." "네?" 오늘따라 많이 하게 되는 말이다. 이걸 말이라고 할 수 있는진 모르겠지만. 마법사는 고개를 돌렸고, 말도 돌렸다. "흡혈귀의 말을, 그 부정을 정말로 믿으십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땐 떠오른 걸 마구잡이로 말한 것일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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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7화

흡혈귀가 어쩐지 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호기심 어린 얼굴인 듯도 하고 새 장난감을 앞둔 얼굴 같기도 하다. 아이들의 표정을 읽는 데엔 도가 텄다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사람의 몸을 뒤집어쓴 괴물이니 아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흡혈귀가 대화를 원한다는 것은, 최소한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대화를 끌어가려다 나온 억측에 불과했다. 목적 없는 대화, 의미 없는 대화도 충분히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죽음을 앞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런데 하물며 죽음을 앞둔 괴물이기까지 하다. 흡혈귀가 조용히 웃었다. "사람의 모든 행동이 대답이 될 수 있다. 긍정, 부정, 무시, 침묵, 분노, 그 모든 것이 말이다. 너는 거기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구나. 그렇다면 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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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6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거센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했더니, 어느새 마법사가 흡혈귀의 코앞에서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아무리 보아도 그대로 내리치기 위한 준비 동작이었다. 그런데 흡혈귀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마법사를 올려다봤다. "멈춰라,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싶은 게냐?" "···무고하다고?" 마법사의 많은 감정이 담긴, 무엇보다도 어이없어하는 목소리였다. "그래. 대체 다짜고짜 주먹질이라니 흉포한 데도 정도가 있어. 나는 시스레인의 아스리타, 이런 먼지 풀풀 날리는 누추한 곳에 모셔질 만큼 하찮은 핏줄이 아니다." 흡혈귀가, 아니, 자기를 흡혈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소녀가 다리를 꼬곤 고개를 들어 거만한 눈초리로 내려다봤다. 다만 나도 마법사도 작은 키는 아니라 결국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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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5화

불길에 그을렸음에도 귀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백작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불길이 가슴팍에 크게 지나갔는지, 옷이 녹아내려 피부에 눌어붙은 모습이다. 불길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니 처참한 몰골이리라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가슴팍에만 화상이 크게 남았을 뿐이다. 백작은 다른 귀족 남성들이 그렇듯 기사로서 잘 단련된 몸과 다부진 체격이다. 몸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흉터가 있고, 가슴이나 목에 입은 상처는 거의 치명상이다. 그리고 이런, 밧줄로 묶어놔도 힘으로 풀어버릴 것만 같은 사람이 묶여 있지도 않은 채 바닥에 널브러져 몸을 뒤흔들고 있었다. 가까이 갈 수가 없다. 가고 싶지 않다. "저기, 혹시, 이빨을 좀 봐주실 수···." "못할 것 없죠." 마법사는 팔을 뻗어 우악스럽게 백작의 머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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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4화

흡혈귀일 터인 소녀의 몸에, 흡혈귀에게 물린 자국이 없었다. 그게 뭘 의미할까?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흡혈귀이건 권속이건 간에 사람이 흡혈귀에게 물려야만 괴물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녀가 흡혈귀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잊고 싶었지만 그 장면만큼은 선명하게 떠오른다. 소녀는 남자를, 제 아버지를 끌어안고, 날카로운 송곳니로 그 목을 뚫었다. 그다음에 눈이 마주치고…. 그 순간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나는 괜히 내 목을 쓰다듬었다. "물리지 않고도 흡혈귀가 되는 방법은…." "제가 아는 바로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 식견이 부족한 걸지도 모르죠. 종교재판관과 함께 논의하면 무언가 답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이런 방면이라면 최고의 전문가들이니까요. 시일을 너무 끌어선 안 되니까 가능한 한 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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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3화

아직까지도 생생한 광경이다. 불타는 포도원, 쓰러진 남자, 검은 머리의 소녀,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까지도. 소녀가 끌어안았던, 그리고 그 목에 이빨을 꽂아 넣었던 남자는 소녀의 아버지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눈물에는 무언가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은 걸까? 아니겠지. 아버지를 죽인 딸, 그리고 눈물. 당장 떠오르는 줄거리만으로 책을 몇 권이나 쓸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소녀는 흡혈귀다. 아버지를 죽인 딸이 아닌, 사람을 죽인 괴물. "나도 자세한 정황은 모르겠구나. 하지만 그 소녀가 백작의 딸이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어린 시절엔 어머니를 닮아 황금을 녹인 듯한 금발이었다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불길할 정도로 검은 머리가 되었다고 하더구나. 어떤 저주라도 걸린 것이 아니냐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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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2화

길거리엔 벌써 포도 내음이 가득하다. 이 도시는 외지에서 온 상인들에게 포도의 도시라고 불린다. 빈 잔으로 건배를 하더라도 취할 수 있다는 주정뱅이의 본고장. 그 별명처럼 퀼틱은 오늘 같은 가을날이면 성벽 안팎으로 펼쳐진 드넓은 포도밭에서 무르익은 포도를 으깨느라 도시 전체가 설탕에 절궈진 것처럼 어딜 가나 달콤쌉싸름한 냄새가 난다. 시청에서 대성당까지는 골목 몇 개를 지나면 금방이겠지만, 졸음을 피해 바깥바람이라도 쐴 겸 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아는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몇몇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대성당의 화재에 관해 물었지만 대부분은 뜬소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은 어제와 같이, 어제는 오늘과 같이 살아간다. 어제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냐는 듯. 포도와 평화의 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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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1화

"저보고 이 사건을… 수사하라고 하셨습니까?" 수사라는 말에 힘주어 그렇게 말했다. 으리으리한 집무실의 척 봐도 푹신해 보이는 가죽 의자에 돌아 앉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창밖이나 내려다보고 있는 늙은 상인은, 도시를 책임지는 시참사회 의원 중 재무감독이다. 내 월급을 재가해주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야근 중에 산재를 당했는데도 직장에 갇혀 밤새워 취조당하게 만든 장본인임에도 내가 살의를 억눌러야 하는 이유다. 산재도 이 작자가 재가하니까. 그런데 정작 시의원은 내가 밤새워 써 책상 위에 올려둔 목격 조서를 훑어보는 시늉만 하더니, 산재를 한 번 당했으니 두 번도 당할 수 있지 않느냐는 소리를 내뱉었다. "제대로 들었네, 다니스 임시 수사관. 자네는 도시를 지키는 경비대원이고, 사건의 최초 목격자이며,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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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개월 전퀼틱의 흡혈귀

퀼틱의 흡혈귀 0화

2018년 4월 21일에 문피아에서 연재했던 글입니다. 부탁을 받아 옮겨둡니다.

악마도 눈물을 흘리는구나. 그 모습이 아직까지도 마음에 걸렸다. 그날 보았던 모습을 어떻게 묘사해야 할까.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아니, 잘 연출된 연극의 한 장면을 객석에서 지켜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대는 밤하늘과 대성당을 배경으로 세운 불타는 포도원, 등장인물은 중년의 남자와 아직 묘령이 채 되지 않았을 소녀. 연극의 제목은 분명 「포도원의 흡혈귀」가 되겠지. 그때 내 역할은 분명 무대로 난입해선 안 되는 한 명의 관객이었다. 그랬으면 좋았으련만. 객석까지 밀어닥친 열기가 나를 무대로 끌어올렸다. 종이에 붙은 불처럼 경계를 새까맣게 좀먹어가는 불길은 포도원을 천천히 집어삼켰다. 깊은 밤의 먼 어둠 속으로 연기가 흐릿하게 스며든다. 불길의 때로는 하얗고 때로는 시뻘건 색이 세상에 덧입혀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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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전

순례자들 1화

그리고 영원한 빛을 이들에게 비추소서

2015년 12월 포스타입에서 작성하였던 글입니다.

"보아라!" 도시가 불탄다. 콘스탄티노폴리스, 로마 제국의 두 번째 심장. 천 년의 번영을 이룩했으며, 다시 천 년의 번영을 약속한 도시. 도로와 바다로 이 세상의 모든 부와 영광이 모여드는 황금의 도시. 사악한 이교도의 무리로부터 세상을 지켜낸 굳건한 세 겹의 방패, "…그리고 주님께 봉헌된 도시!" 붉은 눈의 악마가 생쥐처럼 찍찍대며, 때로는 뱀처럼 쉭쉭대며 유쾌하게 웃었다. "보아라!" 깃발이 불탄다. 천 년간 이교도로부터 세상을 지켜낸 쌍두독수리와 제국에 번영을 가져온 바실레오스의 문장이 불타고, 붉은 십자가 깃발이 해안가를 따라 성벽 곳곳에 오른다. "안 돼… 성벽이 무너져선 안 돼!" 생쥐가 외친다. "성벽은 이미 무너졌다! 막을 수 없어!" 뱀이 비웃는다. "바벨을 기억하라! 신께서 너희에게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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