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ul

@iful·작품 2
17일 전

순례자들 1화

그리고 영원한 빛을 이들에게 비추소서

2015년 12월 포스타입에서 작성하였던 글입니다.

"보아라!" 도시가 불탄다. 콘스탄티노폴리스, 로마 제국의 두 번째 심장. 천 년의 번영을 이룩했으며, 다시 천 년의 번영을 약속한 도시. 도로와 바다로 이 세상의 모든 부와 영광이 모여드는 황금의 도시. 사악한 이교도의 무리로부터 세상을 지켜낸 굳건한 세 겹의 방패, "…그리고 주님께 봉헌된 도시!" 붉은 눈의 악마가 생쥐처럼 찍찍대며, 때로는 뱀처럼 쉭쉭대며 유쾌하게 웃었다. "보아라!" 깃발이 불탄다. 천 년간 이교도로부터 세상을 지켜낸 쌍두독수리와 제국에 번영을 가져온 바실레오스의 문장이 불타고, 붉은 십자가 깃발이 해안가를 따라 성벽 곳곳에 오른다. "안 돼… 성벽이 무너져선 안 돼!" 생쥐가 외친다. "성벽은 이미 무너졌다! 막을 수 없어!" 뱀이 비웃는다. "바벨을 기억하라! 신께서 너희에게 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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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

순례자들 0화

도시와 황제

2015년 12월 포스타입에서 작성하였던 글입니다.

발소리가 철창 앞에 다다르자 죄수가 입을 열었다. "항복하시오." 황제가 답했다. "내가 원하던 대답이 아니군." 은촛대에 불이 붙었다. 빛 한 줌 들지 않는 지하 감옥에 오랜 시간 갇혀 있었던 죄수는 한 번 꿈틀거리더니, 은촛대의 밝은 빛을 피해 고개를 숙였다. 철창 앞에 선 황제가 은촛대로 그를 비추었다. 길고 덥수룩한 갈색 머리칼과 수염에 그림자가 진 죄수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고, 족쇄에 묶인 팔다리는 시체처럼 초췌하고 창백했다. 갑옷을 벗겨낼 때 찢어진 적십자 휘장은 넝마가 된 채 죄수의 이불로 전락했다. 젊은 황제는 중년의 죄수 앞에서 두 팔을 펼쳐 보석으로 치장된 사치스러운 자주색 예복을 과시했다. "보라, 거짓 순례자여! 도시는 전쟁의 준비를 마쳤다. 비록 어리석은 전 황제들의 실책으로 탑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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